10D는 나에게 디지털SLR의 참맛(?)을 알게해준 참 멋진 기종이었다.
나름대로 애착도 많이 가는 기종이었는데, 10D의 계보를 잇는 20D로 갈아타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처분하였다.
여태 거의 중고 -> 중고 로 갈아타기만을 해왔지만, 다른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따끈한 새 제품을 받아 들고 보니, 박스를 여는 손맛(?)이 남다르다. ㅋㅋ
셔터음은 물론 개인 취향이겠지만, 잠깐 써본바로 20D의 그것은 상당히 경쾌하다. 마음에 든다.
오늘 기변을 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작년 이맘때 쯤만해도 최상급은 아니지만, 중급 기기 정도의 레벨에서는 10d = 명기 내지는 명품이라는 소리를 많이들 했었다.
나역시 이정도 기기면 평생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오래 쓸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 과분하다... 는 생각으로 디지털카메라에서 뭐 이정도 이상 기변할 일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단지 일년 몇개월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자신을 포함하여), 그때의 생각은 간곳 없고 보다 편리하고 보다 향상된 기능을 가진 신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론 나는 스스로가 단지 새로운 신제품에 대해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10D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기변을 하는 이유는 남들이 들으면 상당히 특이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조만간에 밝힐 기회가 있을듯 하다.
내 자신이 마음이 동할때는, 단지 신제품, 새로운 기술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나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가 있음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쨋든, 그만큼 후속작인 20D가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등장한 탓도 있겠지만,
이런 점에서 디지털 카메라 라는 것은, 아무리 고가의 제품이라도 하더라도, 역시 집안에 놓여져 있는 TV나 냉장고등과 같은 전자제품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디지털카메라, 즉, DSLR에서 명기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필카에서는,
속칭 명기 라고 불리우는 (가격대비 성능이든 뭐든간에) 기종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니콘의 FM2나 캐논의 EOS5 같은...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들어봤을 듯한 이름들...
사진을 하는 사람들 누구한테나 물어봐도 명기혹은 명품이라고 불리는 교집합은 필카에서는 찾아 볼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어떨까...?
어떤 물건을 명기라고 부를수 있는 기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다.
그래서, 명기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딱히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고,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의 기준으로 잣대를 삼아본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명기라 함은, 어떤 제품이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특색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호응을 얻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나름대로의 개성과 그 개성의 탁월함을 인정해 주는 것... 정도가 될것같다.
덧붙이자면, 모든 대화에서의 기준이 될 수 있을 정도면 명기라도 불러도 될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이런 요건을 충족할 만한 제품이 있을까?
앞으론 언젠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없다! 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오긴 힘드리라...
왜냐하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디지털카메라는 냉장고나 TV와 같은 전자제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2005년도 신상품으로 나온 휘센 에어컨(에어컨은 휘센이라던가... 흘~)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서 대박을 쳤다고 치자.
이 제품이 너무나도 훌륭한 제품이어서 신문에도 나도, 타임지 일면 모델도 따먹었다고 치자.
그렇지만, 2006년도에 에어컨을 사는 사람이 2005년도에 나온 이 명품(?) 에어컨을 집안에 들여놓까.
취향이 약간 특이하다거나, 차라리 돈이 모자라서 이월 상품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 2006년도 신상품을 사지, 2005년도 상품이 아무리 대박 상품이었다고 해도 사지 않을것이다.
DSLR, 디지털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에 불과한 카메라...
필카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 생각해 본다.
문제는 이것이 전자제품인 탓에, 제품의 사이클이 너무나도 짧은 것이 장점이자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한다.
불과 일년(때로는 그 이내)사이에 생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기능들을 무장하고 신제품들이 출시되며, 각 메이커별로 앞을 다투어 스팩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현재 화려했던 스팩들이 내년이맘때가 되면, 초라한 모양새가 되어 옆으로 밀려나기 시작하고, 몇년이 지나면 아주 구식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컴퓨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광고를 한번 보시라. 오늘 내가 이런 어줍잖은 생각에 잠기게 된것은 이 광고사진을 보게된 계기가 크다.(클릭해서 보시라.) 아마도 삼성 SPC-1000 이라고 테이프 덜덜 감기는 모델을 필두로, 80286 모델이 나오기시작할때쯤 인것 같은데...
"기본 1MB의 충분한 메모리용량을 갖추었습니다.'
'마우스 포트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총 37종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들어있어...'
저때는 저게 대단한 자랑이었고 홍보였다.
지금 보면 쓴웃음만 나올뿐이지만...
디지털 카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과 10몇년뒤에 나는, 8600만 화소의 캐논 신형 카메라를 들고, 달나라 관광여행가서 달토끼와 어깨동무하고 사진찍고 있을지도 모른다.
(토끼가 있다는게 아니라, 아마 관광지 개발 차원에서, 정부지원으로 토끼 동상 정도는 만들어 둘런지도 모르니까... ㅎ~)
그때가 되면 860만 화소의 20D는 기억속에 잊혀지고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내주위에 어떤 메니악한 관광객 하나는 EOS5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을수도 있을 것이라 장담해 본다.
그렇지만 20D들고 있는 관광객은 한명도 없을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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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방금 생각이 든건데...
명품이던 명기던 아니던... 그걸 떠나서...
이건 말이지 결국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극명한 차이중 하나가 아닐까...
위 글은 이 차이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 것 뿐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